병든소

4. 용산 1, 첫번째 이야기 1. 배경 2000년 서울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기대를 말하기도 전에 닥친 전 밀레니엄의 유산을 청산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외환시장이 먼저 파탄났고, 나라의 금융시장이 파탄났고, 나라의 경제가 결딴이 나자, 이런 한국의 경제를 살린다며 IMF의 돈을 꾸었고, IMF 한국 경제 운용 개입으로 혹독한 경제 체질 개선 요구에 직면해 있었다. 체질 개선을 위해 은행들이 외국에 팔리기 위해 없어지거나 합병되었고, 잇따라 기업들이 해체되거나 팔렸다. 자산의 매각이 시대의 선으로 부각되고 사들이는 사람의 가격 산정이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였다. 이러한 시대 흐름은 급기야 적은 돈을 들여와 건물이나 사던 미국의 한 자본이 통 크게 정부의 불량 채권을 경매로 샀는데, 그 경매로 채권을 팔아 ..

손자와 손녀 병든소가 해외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 세상을 하직한 분이 계셔, 해외에서 돌아온 후 시간을 내어 그 분 산소를 찾았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자의 자리 옆에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부모를 위해 늘 지극 정성이던 그의 아들이 미리 준비해두었던지 비석이며 상석도 잘 갖추어놓았더군요. 절을 올리고 산소를 나서다 아참 그렇지 하고 비석을 둘러보았습니다. 나중 제사 때 그 아들 집에 가서 술이나 한잔 올리자 하고 비석을 찬찬히 읽어 측면의 기일을 메모지에 적어둔 후 가족들 가운데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름도 알아놓자 싶어 뒷면으로 돌았습니다. 누구 제법 글씨 좋다는 사람에게 받아 새긴 앞면의 한자 비명碑銘과는 달리 뒷면의 가족 소개는 우리말로 "아들"" 누구 누구 "며느리" 누구 누구 "딸"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