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 대하여

영혼에 대하여(7)-육신에 매달린 영혼

병든소 2009. 3. 18. 14:11

7. 육신에 매달린 영혼

 

가. 신부神父의 증거 

 

저녁은 포도주를 곁들여 흥겹게 진행되고 있었다. 제후諸侯는 자신의 고해 담당 신부가 자신이 그에게 주는 신뢰와 궁정에서의 괜찮은 자리를 이용해 자신에게 양심적인 조언을 해야 하는 의무보다, 그리고 또 자신의 영지領地에 거주하는 세례 교인들의 영혼을 구원하기보다, 그들이 몸 담은 교회의 이익 추구에 더 혈안이 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들은 숨어서 자기가 준 막강한 권력을 매우 자주 그들의 교회를 위해 잘못 사용해 오고 있다고 믿었다. 좋은 때를 골라 한번은 손을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지의 신부들을 초대한 날 저녁, 제후는 옆에 앉은 자신의 고해 담당 신부에게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처럼 물었다. "신부님, 열 명의 마녀가 붙잡혔는데, 그들이 마녀 무도회에서 다른 마녀들과  함께 춤추고 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자백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이 사람들을 유죄로 판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옆에 앉은 고해 담당 신부는 같이 만찬에 초대 받아 저녁을 들고 있는 다른 신부의 의견은 들어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제후에게 대답했다. "네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제후는 진지한 얼굴로 "다른 신부님도 같은 생각이신지 한번 여쭈어보시지요" 라며 좌중의 의견을 듣고 싶어 했다. 제후의 고해 담당 신부는 오른 쪽 건너 편의 보좌주교에게 조금 목소리를 높여 제후의 물음을 전달했다. 이때는 이미 신부들은 물론이고 제후의 신하들까지 참석한 대부분 사람들이 그 화제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보좌주교가 식탁 전체를 한번 둘러본 후 포도주 잔을 들어 맛있게 한 모금 들이키고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증인의 입으로 확인되었으니 유죄를 의심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재판관은 아무 양심에 거리낄 일 없이 그들의 유죄를 판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후는 조용히 그의 접시에 남은 한 조각 고기를 입에 넣어 씹기 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포도주로 입을 깨끗이 행군 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말했다. "여러분에게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최근 영지 내에서 고발되어 재판을 받던 열다섯 명의 마녀들이 그들의 안식일 날 무도회에서 여러분과 함께 춤추었다고 고문장에서 자백했답니다. 이제 조사관이 증거물들을 이리로 가져올 것입니다."

 

 

나. 물귀신 작전

 

클라라 수녀원에서 안나는 평복의 수녀로 수녀원의 허드렛 일을 돕거나 바깥 출입이 어려운 수녀들의 심부름으로 바깥 출입하며, 심부름 값으로 받은 작은 돈으로 주전부리도 하고 광대놀음도 보고 거리를 헤매다가 수녀원으로 들어가곤 했다.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긴 말이 없어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영리했고, 수도원의 수녀들이 갸우뚱하기는 해도 결국 어쩔 수 없이 믿어 줄 수밖에 없는 거짓말 정도는 수다스럽게 늘어 놓을 수 있는 뻔뻔함의 소유자이기도 하였다. 같은 평복 수녀 소피는 평소 말이 없는 조용한 여자였다. 소피는 클라라 수도원에서 있는지 없는지 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자기할 일을 꾸준히 처리하는 설흔이 넘은 과부였다. 소피에게 안나는 미사에 열심인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을 정도로 안나의 모든 것이 거슬렸다. 아무에게나 친절한 척 온갖 생색 다 내지만 결국 맡은 일을 남겨 자기가 마저 해야 하는 것에 진저리가 나기도 했다. 이따금 저자에서 사가지고 온 음식 부스러기를 나누어 주긴 하였으나, 재미는 혼자 보고 다니는 것에 부러움보다는 미움이 앞섰다. 소피는 저녁 늦게 들어온 안나의 복장이 헤쳐지고 얼굴에는 주기도 올라 있는 것을 본 순간 재빨리 감독 수녀에게 갔다. 안나는 금세 사태를 파악했다. 소피가 데려온 감독 수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빠져 나갈 방법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여러 날을 감옥과 고문실을 오갔고, 결국 안나는 심사 때나 재판관 때나 카타리나 동생의 부탁으로 카타리나에게 심부름 간 일과, 그날 저녁 카타리나가 수고했다며 권한 포도주를 마시는 순간 마귀가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안나는 카타리나가 이끄는 대로 악마를 만나게 되었다고 자백하였다. 빗자루를 타고 블록스베르그로 올라가 거기서 악마와 간음하였으며, 더우기 그 악마는 물고기 비늘이 달린 엄청나게 큰 남근을 가지고 있었으며, 정액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고 증언하였다.

 

 

다. 똑똑한 여자 

 

카타리나는 아버지가 죽은 후에도 직접 우편을 담당하는 관리 일을 처리하였다. 후에 주교 성당의 신도였고 교황의 공증인이었던 남동생이 재판으로 자기의 직책을 가져갈 때까지도 활달하고 아름다운 이 과부는 자기가 마녀가 되어 재판을 받고 화형에 처해질지 몰랐다. 클라라 수녀원에서 일하는 여동생을 보러 종종 수녀원을 방문했던 카타리나는 악마에 들린 평복의 수녀 안나에게서 마녀로 지목을 받았다. 카타리나는 주교대리와 전문위원회에서 엄중한 심문을 받았는데, 카타리나는 절연히 자신이 마녀가 아님을 일관되게 주장하였으나, 선제후이자 대주교인 페르디난트는 열광적인 마녀사냥꾼의 명성에 걸맞게 카타리나를 재판에 회부했다. 카타리나가 보여 온 신앙의 증거만으로 무죄를 추정치 말라는 경고를 자신의 심장이 스스로에게 내렸기 때문에, 카타리나에게 세속의 재판을 받게 해 유무죄를 밝힐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재판관들은 카타리나가 마법을 부려 아이를 죽이고, 남자를 고자로 만들고, 여자를 사산하게 했다는 등 이런 저런 증언들을 모아 고발장을 만들었고, 급기야는 카타리나의 이마에 있는 작은 상처가 어려서 다친 상처가 아니라 마녀의 반점이라고 증거로 삼았다. 단계적인 고문을 열흘이나 받아 손발이 너덜대고 온몸이 성한 곳 없는 고통스런 상태에서도 마녀라고 자백하지 않는 것도 명백한 마녀의 증거가 되었다. 악마와 짜고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진짜 그런 지옥 같은 고통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화형장으로 가는 길에서 약간의 소동이 일어났다. 카타리나의 형제자매가 여러모로 구명운동을 하여 대주교의 서한을 받았던 것이었다. 카타리나는 감옥에서 그래도 덜 부서진 왼손으로 탄원서를 써서 교황청에 올렸고, 아울러 가족들이 온갖 노력을 다하였으나 구명은 허사였으며, 겨우 카타리나는 화형 대신에 교살될 수 있는 은전을 받았다. 

 

 

라. 천형질병 

 

"폴리세나는 침대 옆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뒤로 넘어졌습니다. 침대에 벌렁 누워버린 것입니다. 우린 폴리세나가 겸연쩍은 얼굴로 그냥 일어설 줄 알았어요. 그런데 폴라세나가 정말 죽은 것처럼 가만 누워 있기만 하였습니다. 우린 모두 놀라서 폴리세나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숨을 멈추어버린 것 같이 보였습니다. 제가 어디서 들었던 것 같아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걸레 올을 풀어 뜯고 거기에 불을 붙여 코에 가져가면 연기가 깨울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제가 말한 대로 해보았지만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꼼짝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우린 폴리세나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누구에게 알리려고 나올 참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폴리세나의 얼굴이 움직이더니 뒤틀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온몸이 함께 비틀어지더니 심하게 떨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겁에 질려 재빨리 그 곳에서 빠져나오고말았습니다. 이튿날 폴리세나는 밭에서 돌아오는 어머니를 붙잡고 앞으로 혹시 어제 같은 일이 생기더라도 아무 짓 말고 가만히 두어달라고 부탁했답니다. 도와주려고 무언가 해주는 것이 자기에게는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폴리세나가 틀림없는 마녀라고 생각했습니다.  

 

 

마. 천벌의 두려움 

 

족히 200명 이상을 화형장으로 데려간 화형 집행수 하나는 감옥에 화형수를 데리러 올 때 마다 재판관 앞에서 했던 자백을 이 자리에서 반복해서 확인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화형수에게 마지막 고해성사를 할 기회를 주지 않겠노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되면 화형수는 고해성사도 최후의 만찬도 없이 개처럼 죽게 될 것이라 협박했다. 집행수는 감옥의 고문 전문가들이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말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들은 주교라도 사흘이면 악마로부터 서품을 받았다고 자백시킬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기 때문에, 고문에 못이겨 거짓 자백한 영혼을 불에 태워 죽인다면 나중 자신의 영혼이 구원을 받지 못하고 영원한 지옥행을 하게 될 것이라 두려워했다. 이런 집행수의 고집은 고해를 받는 신부에게도 고마운 노릇이었다. 다른 집행수들이 별 생각없이 고해를 받고 종부성사를 집행하시라고 해서 들어가면, 화형수들이 "자기는 마녀가 아니며 고문에 못이겨 거짓 자백을 하였었노라"고 고해하였으며, 이제 죽음을 앞두고 종부성사를 받는 마당에 자신의 영혼에 영원한 거짓을 담아 무덤으로 갈 수는 없다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죽음을 앞둔 그들은 마지막까지 거짓 자백으로 영혼이 구원받지 못하여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 했다. 성스러운 종부성사를 받으면서도 영원히 거짓을 짊어진 채 무덤으로 들어가는 꼴이 되며,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거짓으로 인정하고 죽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영혼이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화형 집행수는 자신의 영혼이 구원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화형수들이 마지막으로 그들의 영혼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그래서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막아버린 것이었다.

 

 

바. 재산 탈취 

 

"당신들은 정직하고 죄없는 한 남자를 가두고, 그 남자의 몸과 영혼은 물론, 재산과 토지까지 빼았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들은 모두 사기꾼입니다. 일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밤베르그의 어느 누구도 나만큼 정직하지는 않을 것인데, 그들은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아 괜찮고, 나는 악마에 유혹에 빠졌다며 죽도록 잡도리를 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 많은 거짓을 말한 증인들에게와 그리고 나에게 가한 끔직한 고문이 악마지, 이 유니우스는 악마가 아닙니다". 이러는 유니우스에게 형리가 그를 재판정에서 다시 감옥으로 데려 가면서 말했다. "제발 부탁이니 무엇이든 자백을 하십시오. 뭔가 있을 것 아닙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까지는 잘 견뎌 왔다 해도 지금부터의 고문은 견딜 수 없을 것이며, 설사 견뎌 낸다 해도 예전처럼 시장市長님이 되어 밖으로 나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마술사라고 말할 때까지 끝없는 형벌만 계속될 뿐이지 형편이 더 좋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독한 고문과 가혹한 괴롭힘이 다시 시작되었고, 정말 더는 견뎌낼 수가 없었던 유니우스는 마침내 악마와 만났었다고 거짓말했다. 악마는 숫산양의 모습으로 그에게 찾아와서 신을 부정하라고 강요했고, 결국 두 명의 마녀와 함께 루시퍼의 이름으로 세례 받았다고 지어냈다. "궁내관이 거기에 같이 있었느냐? 또 누가 있었지? 그날 지나갔던 길을 따라 간다 생각해 봐. 자 이제 말해봐. 먼저 시장市場을 나와서 다시 시장으로 들어갔지? 어느 가게에 들렀었지? 거기서 누구를 만났어? 그 가게가 궁내관의 가게 아니냐 말이야." 유니우스는 그래서 또 몇 사람의 이름을 말해야 했다. 그 시장市場 길은 제법 긴 길이었으므로 유니우스는 전부 여덟 명의 이름을 말해야 했다. 밤베르그에서는 유니우스는 물론 마녀로 몰린 일곱 살짜리 어린이도 불에 태워 죽였다.

 

 

사. 늘어나는 악마의 일 

 

악마는 새로운 임무를 맡아 보게 되었는데, 그 새로운 일들이란 지상에 있는 특히 가난하거나, 병들었거나, 밉상이거나, 별 볼 일 없어 보이거나, 재물이 많거나, 너무 똑똑하거나, 아주 무식하거나, 미신을 믿거나, 이단이거나, 등등을 가리지 않고 유혹해서 타락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마녀사냥 시대에 예수회가 마녀들에게 보여 준 태도는 도미니코회가 이단자들을 대하던 태도와 같았다. 마녀사냥은 르네상스와 같은 시기에 시작되어 19세기까지도 간헐적으로 지속되었다. 수 천명의 사람들이 붙잡혀 고문을 받은 뒤, 악마와의 구체적인 관계, 예를 들면 악마와 함께 빗자루를 타고 한밤에 야간 비행을 하였다거나, 악마와 마녀들이 함께 모여 난장판을 벌리며 춤추고 음란한 짓을 저질렀다거나, 사악한 주술을 외우며 악마를 칭송하고, 마술을 걸어 새로운 마녀나 마술사를 만들어 세상을 채우려 했다는 등등을 낱낱이 고백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였는데, 이 같은 잔인한 소행들은 죽어서 가는 지옥, 즉 저 세상의 일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이 세상의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녀나 마법사의 범위도 넓어졌고, 증거로 제시되는 대상도 복잡하고 추상적으로 되어 갔다. 예수회가 "악마는 이단자나 무신론자 또는 파우스트 같은 철학자들을 위해 시간을 낸다"고 말하는 데까지 발전하여 갔다. 그 결과 죠르다노 브루노는 화형을 당하였고, 갈릴레이는 거짓말을 해서야 가까스로 살아 남을 수 있었으며, 존 디는 마법사라는 혐의를 받는 지경이 되었다. 데카르트는 신변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거처를 이웃 프로테스탄트 나라인 홀란드로 이주해야 하였으며, 시대를 이어서 그 뒤에도 계속된 위협은 볼테르도 루소도 스위스에서 은신처를 찾아야만 하게 하였다.

  

 

 

죠르다노 브루노 ;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 1548년 놀라에서 태어나 1600년 로마에서 이단자로 화형 당함. 도미니코회원이기도 하였으나 이단으로 몰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지로 도망 다니면서 자신의 범신론적 형이상학을 전개하였다. 

 

존 디 ; 영국의 연금술사 점성술사 수학자. 1527년 런던에서 태어나 1608년 서리에서 죽음. 유럽에서 배운 뒤 1951년 메리 여왕의 점성술사가 되었다. 마법사로 고발되었으나 1555년 풀려났다. 죽기전 멘체스터대학 학장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