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 대하여(5) - 용산2
5. 용산 2, 두번째 이야기
1. 배경
2006년 말까지도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2007년의 대통령 선거가 억지로 얼려 놓은 부동산시장을 단번에 녹여 줄 것이라 믿었다. 미국발 주택시장의 쇠퇴 소식은 미국 부동상 시장의 문제로 알았을 뿐 아무도 세계에 유례 없는 금융시장의 공황을 불러 올 줄 몰랐다.
2007년 말 대한민국은 목하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었고 대한민국의 모든 일류 경제전문가들이 각 선거 캠프에서 대한민국을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만들 묘책들을 쏟아 내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은 고작 몇 달 뒤에 올 경제상황도 알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었음이 밝혀졌다. 미친 소가 휘젓고 간 뒤를 이어 외환시장이 요동쳤고 경제장관이 정신 못 차리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미네르바가 세상을 열광시키더니 정치는 경제 외적인 일로 날을 지새고 정부는 녹색성장 한국형 뉴딜 등 경기 띄우기에 안간 힘을 쏟고 있었지만 백약이 별무소용이었다.
2008년 은행들 결산을 해결하고 2009년의 결산을 예상해 보지만 결국 부동산 담보의 건전성 확보가 은행을 살릴 길이라 판단되었다.정권을 잡고 바로 시행했어야 할 각종 부동산시장 규제는 질끔 질끔 이 눈치 저 눈치 보아가며 풀다가 시장의 기다리는 내성만 키워 놓았고 이자 내려 돌게 한 돈도 은행 금고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부동산은 지표를 삼을 만한 거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가 나올 때마다 끊임없이 가격이 변동하고 있었으며 재개발에 불을 댕길 유인책들은 하루가 또 하루와 서로 경쟁하듯 힘 있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이윽고 서울의 한 구청에서 잠자던 개발사업을 다시시작하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났다. 이 사업의 원만한 진행과 성공 소식은 눈치만 보며 엎드려 기다리고 있는 다른 개발사업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관청이 있는 힘을 다해 도와주어 사업환경이 많이 달라졌음을 확실히 보여 주고 싶기도 하였다. 떼법이 통하지 않고 법과 절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는 나라임을 만 천하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었다. 사업자는 고무되었고 세입자 문제는 법대로 하면 될 일이었다. 돌아온 이십년과 함께 그곳에는 돌아온 경찰도 있었다. 미친 소 진압은 무언 중에 시민 모두에게 이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세입자들은 이미 구청에서도 지청구나 하는 신세로 되어 있었다.
세입자들은 누구보다 정확히 무슨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알았던 만큼 이 추운 겨울에 그냥은 나갈 수 없다는 사실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동안 버티고 버틴 노력 값을 생각하면 사업자 뜻대로 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 못한 최악의 선택인 것이었다. 가만이 생각하면 경찰도 용역도 예전과 달라졌다 싶었지만 지난 십년의 달콤함이 세입자란 올 봄에 소몰이로 나온 사람들과는 근본이 다르다고 자부하게 하였다. 경찰은 경찰대로 농부 두명이 죽어 쫓겨난 청장 이래 감추어 둔 몽둥이를 소몰이꾼에게 휘둘러 얻은 재미가 워낙 솔솔해 공권력이란 힘을 확실하게 보여 줄 기회로 삼고 싶었고 철거용역은 용역대로 앞으로 나올 사업을 위해 새로운 철거방식을 만들어 나가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세입자 도우미 용역하는 무슨 연합은 그들의 존재를 세상이 필요로 하며 철거민이 있는 한 함께 가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주장하고 싶었다. 자기들은 결코 떼법으로 우기고 억지로 남을 못살게 굴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그런 부류가 아님을 보여야 했다. 오히려 세상과 앞으로도 계속 생길 철거민들에게 그들을 제대로 보여 주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와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2. 줄거리
지역경제를 살리고 얼어 붙은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길은 성공적인 재개발 밖에 없음을 알아차린 구청장은 부하 국장을 시켜 관내의 재개발 사업자 전부를 집합시켜 허가권을 빌미로 사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도록 압력을 가하고 그 중 평소에 잘 알랑거리던 300지구에 대해 도와 줄 것은 다 도와 줄테니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시작하라고 주문한다. 주문받은 사업자는 그간의 고통을 하소연하면서 아직도 미결인 세입자 문제를 상기시킨다. 구청장은 정권이 바뀌고 떼법에 대한 정부 방침도 바뀌고 시민들의 생각도 바뀌었다며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으니 밀어 부칠 것을 부추기고 힘을 얻은 사업자는 용역회사를 통해 세입자들에게 철거 개시 입장을 최후통첩한다. 세입자 대책위원회는 농성의 목표가 국민 시선 집중이며 국민의 동정을 누가 받느냐가 싸움의 관건임을 천명하며 처절하게 오래 버티는 것만이 성공을 보장한다면서 실전 훈련과 투쟁 방법을 가르쳐준 도우미 용역과 함께 일치단결하여 대응할 것을 결의하고 각 단계 마다의 전술과 전투 준비물 등을 점검하고 조편성까지 재확인한다. 결전의 날은 오고 날씨는 점점 추워지기 시작한다. 망루에 올라온 사람들끼리 화염병도 만들면서 전투의 진행과 끝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 동안 벌어진 온갖 수모와 협박 그리고 배신과 배반이 점철된 지난 시절을 하나씩 얘기하면서 이제 오랜 투쟁의 끝이 왔음을 서로가 상기한다. 경찰은 사업자와 철거용역회사에게 이런 저런 정보도 요구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분주하게 작전을 점검하고 있고 언제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면서 지휘계통과 계속 연락해 간다. 한편 농성자의 지구전에 대비한 농성 준비물량 파악에 몰두하며 언제를 최후의 공격 날로 정할가 고민하고 있는데 경찰특공대의 투입 소식이 전해진다. 경찰특공대 투입의 의미를 중구난방으로 해설하고 전경과는 어떻게 다를지 논란이 한창일 때 투입된 특공대는 전광석화와 같이 콘테이너를 타고 망루를 공격하고 망루는 불길에 휩싸인다.
3. 무대
무대의 뒷 배경으로 두개의 스크린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도시 건물이 있는 평상의 서울 모습 또 하나는 철거 중인 사업지 모습이다. 배경을 뒤로하고 왼쪽은 일반 사무실로 오른쪽은 현장사무실로 꾸민다. 집기는 배우들이 충분히 움직이고 들락거리기 편하게 배치하고 벽에 붙은 부착물로 공간의 성격을 관객에게 전한다. 철거 중인 사업지 모습의 스크린과 망루의 모습이 겹치도록 무대공간을 잘 분활하고 불타는 장면이 관객 모두의 얼굴에도 투영될 수 있도록 조명기술을 최대한으로 이용한다. 에필로그인 장면 5 에도 이 같은 조명기술로 중음신들의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도록 한다.
장면 1
개발 사업자의 사무실. 회의 탁자와 의자들이 있고 벽면은 개발사업 후의 건물 투시도 등이 걸려 있다. 출입구 한 켠에 차나 물등 마실 것이 준비 되어 있고 무대를 등지고 앉은 회의 참석자들은 수시로 마실 것에 왕래하며 관객에게 나선다. 가급적 호화로운 느낌이 나는 분위기로 꾸민다. 가능하다면 개발사업 모형이 있으면 더욱 좋다. 무대의 중앙에서 왼쪽으로 사업 조합장 자금 대여자 시공사 철거용역회사 사장이 앉아 있고 맞은 편으로 무대를 등지고 조합 사무장 반대파 참관 조합원 시공사 직원 철거용역사 현장소장이 앚아 있고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면서 관객에게 대사를 전달한다.
(구청장이 소집한 회의에서 녹음해 온 구청장의 사업 독려 말씀을 틀어 놓고 듣고 있다가) 조합장이 회의 내용과 결과를 전달하면서 구청장이 도와줄 것이고 경찰도 이번에는 다른 작전으로 세입자를 다룰 것이기 때문에 조합 또한 이대로 더 이상 세입자들에게 끌려갈 수 없다며 철거용역회사 사장에게 즉각적인 철거작업을 지시한다. 용역 사장이 세입자들과의 대치 상황을 설명하면서 여느 때와 다른 이번 세입자들의 대응에 들어 있는 특이한 점들을 설명한다. 용역 현장소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업을 방해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전문가들이 와서 교육시키고 있다고 알린다. 용역 사장이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강한 저항이 있는 점을 들어 곧 바로 실시하려면 철거비용 인상과 추가지급이 필요하다며 요청하자 자금 대여자가 일어나 자금 과다투입 내역을 들먹이며 믿었던 정부가 얼마나 무능한지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죽이고 있다고 흥분하고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지켜보면 도저히 희망이 없다고 자금회수를 선언한다. 시공사에게 보증 섰으니 돈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시공사 직원(1)이 전반적인 건설업계의 형편을 설명하고 정부가 여러가지로 부동산경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조그만 더 참고 기다려 보자고 하소연하고 직원(2)는 최근 다시 시작해 보려는 유사 사업의 진행사항을 전해 주며 불만 붙으면 부동산 시장은 겉잡을 수 없이 달아 오를 것이라며 자금 대여자를 진정시키려 해 보지만 못마땅하기만 한 자금 대여자는 전 정권 욕까지 늘어 놓는다. 조합사무장이 자금 대여자에게 지금 세입자만 쫓아내고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분양이 잘될 것이라 듣기 좋은 전망을 보여준다. 자금 대여자는 시공사에 추가 자금 대여에 계속 보증 설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며 분양 전망에 대해서도 시공사의 의견을 묻는다. 시공사 직원(1)이 자신 없는 말로 본사가 새로운 사업성 분석을 하고 있으며 착공과 분양시점을 재고 있다고 답변한다. 조합장이 구청장이 한 얘기를 꺼내며 오히려 지금 선수를 치고 나가야 정부로 부터 주목도 받고 도움도 많이 얻을 수 있다 말한다. 조합사무장은 용역 현장소장에게 언제까지 완전히 철거작업이 끝나겠는지 묻고 현장소장은 세입자들만 해결되면 한달 안에 끝낼 수 있다고 대답한다. 시공사 직원(2)는 세입자 문제로 시간을 좀 더 벌고 싶은 의향을 내비치고 자금 대여자도 그런 기분이다.사업 중단으로 몇달째 조합 운영비도 못받고 지낸 조합장과 세입자와 대치하느라 인건비만 나가는 용역회사 사장이 서로 눈을 맞춘다.조합장이 구청에 전화로 통화하고 조합장의 통화 내용으로 관객들은 누구와 무슨 이야기가 나누어 지는지 파악하게 된다. 개명천지에 법치국가에 이런 일이 있느냐는 참석자들의 불평과 이제는 달라진다는 경찰이 진짜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다려보자며 모두들 한마디 씩 하고 참석자들이 하나 둘 무대를 떠나 가면서 무대는 점점 어두워진다.
장면 2
세입자들의 회의실. 철거하면서 나온 집기로 사무실을 꾸민다. 벽에는 결사 투쟁을 다짐하는 구호와 구청장과 조합을 비난하는 구호로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배우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여러가지의 농성 준비물을 관객에게 보여주어 일단 몸싸움이 시작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지 별도의 설명 없이도 관객들 스스로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출입구 근처에 차와 물을 마실 수 있게 준비하고 무대에 등진 배우들이 이곳을 왕래하며 관객에게 대사를 전달토록 한다.
(여기 저기 화염병 던지는 연습 새총에 골프공 쏘는 연습 경찰봉 막아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 중인 세입자들 사이로 대책위원장이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오며 모두 자리에 앉아 달라 한다. 철거 용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대책위원의 참석 여부와 불참자의 위치와 불참 이유를 묻고 빨리 돌아오도록 연락하라 한다.
(불참자들이 현재 나가 있는 곳과 불참 이유는 모두 먹고 사는 것과 관련 있다.) 때마침 세입자 도우미 용역이 들어오며 자기들이 수집한 철거용역의 움직임을 볼 때 빌미가 만들어지면 즉각 경찰이 들어 닥치게 되어 있다고 머뭇거리지 말고 동원 가능한 많은 사람을 모으라 한다. 어차피 경찰은 오게 되어 있으니까 조금도 밀리지 말고 싸우라고 말한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할아버지가 망루의 투쟁이 위험하지는 않느냐고 묻고 젊은 사람들 속에서 망루에서 짐만 될까 걱정한다. 위원장이 망루에서의 싸움은 자신을 포함한 젊은이들이 주로 하고 부녀자나 노인네들의 참여는 싸움 보다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을 보험 같은 것이라며 조금도 걱정할 것 없다고 안심시키고 도우미 용역은 노인들에게 다가가서 반드시 필요한 역활이라며 고무시킨다. 노인들은 우린 살만큼 살았으니 무슨 일이 생겨도 어쩔 수 없고 젊은 사람들이 조심하라며 오히려 위원장을 위로한다. 다시 한번 각자 위치와 역활에 대해 확인하면서 관객들에게 망루의 농성장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며 망루 아래의 일차 방어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지 알려준다. 한쪽에서 화염병 만들 빈병을 만지작거리던 아줌마가 위원장과 도우미 용역 쪽을 보며 지금 들어오기 전에 철거용역을 만났는데 철거용역하고 해결해야 쉽고 한푼이라도 더 받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지만 괜히 더 버티다가는 확 달라진 경찰을 만날꺼라며 한번 제대로 맛을 볼 것이라며 겁 주던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고 곁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같은 물음이다. 다시 한번 망루에 올라가는 이유를 하루라도 더 버텨야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신나와 휘발유가 깔린 망루에 경찰이 함부로 접근할 바보들이 아니라고 안심시킨다. 모두들 아무리 달라진 경찰이라도 경찰이 죽이기야 하겠냐고 서로에게 위로하고 제자리로 흩어진다. 무대가 점점 어두어지면서 제일 나이가 많은 노인이 위원장 곁으로 다가가 손을 꼭 잡아주는데 둘에게 조명이 집중되다가 꺼져 나간다.
장면 3
현장사무소 벽에 걸려 있던 공정표며 사업지 가옥 철거현황 도면 위로 '세입자 농성 강제해산 현장 지휘소'라고 쓴 플라카드와 그 위 천정에 바짝 붙여 '경찰이 새롭게 달라집니다'라고 쓴 플라카드도 함께 붙여져 있다. 수시로 전경들이 심부름한다고 들락거리고 사무실은 출동한 경찰 간부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의자를 두고도 모두 서 있다. 출입구 쪽 한 쪽에 차와 물을 마실 수 있는 탁자가 있고 그곳에는 철거 용역 직원들에 둘러싸인 현장소장이 상기된 얼굴로 힐끔 힐끔 무대 중앙에 있는 경찰 간부들의 표정을 훔쳐보고 있다.
지휘자인 경찰관을 중심으로 간부들이 삥 둘러서 있고 무전기를 들고 전경 배치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한 한 간부가 지휘자 앞으로 나와 배치가 완료되었다고 보고한다. 지휘자는 이 순간 이후 농성자들과 외부는 철저히 차단되어야 하고 어떠한 접촉도 지휘소의 허가 없이이루어져서는 아니 된다 하고 특히 기자들과 도우미 용역과의 접촉은 철저히 차단되어야 한다고 지시한 후 현황 보고하라 지시한다. 간부들이 브리핑 준비하는 동안 지휘자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현장 도착 후 전경 배치가 완료되었다고 보고하는데 상대가 무어라 지시를 하는지 예 예 거리며 전화를 끊고 보고를 받는다. 간부 한명이 차트를 들고 지시봉으로 배치도를 가르키며 보고한다.
(관객들은 경찰의 보고를 통해 농성자의 위치나 사람 수 전경의 위치와 사람 수 등을 파악하고 앞으로 발생할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지휘자의 질문이 계속되고 답할 수 있는 사람 찾고 찾아온 사람이 잘 모른다 하면 아는 사람 찾아오라 고함치고 하면서 지휘소는 점점소란스러워지고 그 와중에 철거용역 현장소장도 농성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한 몫 해 낸다. 도우미 용역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게된 경찰들은 적의를 들어낸다. 선량한 세입자들 유혹해서 사업자 세입자 경찰 모두 고생시키고 돈만 챙겨 도망가는 놈들이라 욕한다.
(결국 경찰 지휘소의 관심은 농성자들의 성향과 단결력 등을 재어 보고 농성자들의 농성 준비물 등을 통해 언제까지 버틸 것인지 파악해 최후의 강제해산 시점을 정하는데 있음을 오가는 대화를 통해 관객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한다.)
최장 한달을 버틸 수 있는 물과 음식이 준비 되었고 화염병은 물론 신나 휘발유 등 싸움 무기도 넉넉히 가졌다고 판단한 지휘자는 작전지시를 내린다. 안전을 고려하면 한 일주일 끌며 지치게 하고 위험물질도 가급적 모두 소진시킨 다음 강제해산에 돌입해야겠지만 상부에서 가급적 빨리 끝내 달라진 경찰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라 하니 한 사흘 기간을 두어 진압하겠다고 지시하고 그래서 지금부터는 보통 작전 때보다 더 자주 자극하여 화염병 등 위험물질을 소비하게 하라 지시한다. 그리고 지시 내용을 어딘가에 전화로 보고한다.
(지시 받은 간부가 나가자 잠시 뒤 농성자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화염병 터지는 소리와 불꽃이 비치기 시작한다.)
이 때 한 간부가 철거용역 현장소장을 데리고 와서 지휘자에게 자기의 판단을 보고하는데 내용은 농성자 중에는 노인들과 부녀자도 있으며 투쟁성도 겁나지만 정보과 형사가 파악해 보고한 물량보다 훨씬 많은 위험물질이 망루에 잔뜩 널려 있어 자칫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사흘 말미를 못 박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진언하고 지휘자도 동감을 표시하며 상부에 얘기해 보겠다고 돌려 보낸다. 지휘자가 다시 전화로 정리된 상황을 보고하면서 결론으로 가급적 빨리 해산시키겠지만 사고의 위험이 너무 커서 강제해산 시기는 상황 보아가며 따로 정해서 실시할 수 있게 여유를 달라고 보고하는데 보고 받는 사람의 생각은 다른지 지휘자의 얼굴이 흐려진다. 분주히 드나들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을 관객에게 알려주는데 이번에는 지휘자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전화를 받는 지휘자의 안색이 놀라움으로 바뀌면서 예 예 알겠습니다 한 다음 전화를 끊고 간부들을 소집하라 지시한다. 지시 받은 경찰이 의아해 하자 지휘자가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다고 말한다. 모두 놀라 특공대요? 하는데 경찰이 달라지긴 달라진 모양이라 답하는 지휘자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특공대 투입의 차량 소리와 크레인 엔진의 굉음이 들리면서 무대는 점점 어두워진다.)
장면 4
망루 외부로 부터의 진입을 차단하기위해 양철판과 합판으로 역어올린 지붕 아래 화염병과 휘발유 신나통이 보이고 농성자 몇은 망루에 나머지 농성자는 어둡게 만든 현장사무실의 지붕에 나누어 자리 잡고 있다. 왼쪽의 세입자 대책위 사무실에는 농성자에게 전달할 음식과 물을 준비하는 세입자들이 모여 있고 농성자들의 대화에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콘테이너가 망루로 내려오며 부딪치는 연출이 극히 위험해 관객들이 진짜 무대 사고가 난 것처럼 느끼게 준비한다. 그리고 조명으로 화염을 뒤덮는 장면이 관객을 압도한다.
겁이 나서 화염병을 벌 써 두 개나 던진 동료에게 위원장이 아껴 쓰라고 웃으며 말한다. 전경 다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오래 버티기가 목적이라고. 화염병이 바닥 났다 싶으면 경찰이 망루로 쳐들어 온다고 차분히 설명한다. 신나나 휘발유가 우리를 최후까지 지켜줄 보험이라고. 알아들은 동료가 망루 밖으로 크게 외친다. 경찰은 세입자를 보호하고 사업자가 요구사항을 듣게 하라고.
(여기저기서 농성자들의 구호를 외치는 고함소리가 들리고 소강상태가 잠시 유지된다.)
젊은 농성자 하나가 빵과 음료수를 들고 노인 농성자에게 다가가서 건넨다. 노인 농성자가 자리를 만들며 같이 앉아 먹자 권한다. 이미 이번 농성의 끝을 아는듯 젊은 농성자가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그간의 사정과 세입자 중에 누가 어떤 이유로 떠났으며 회유와 협박이 그의 마음을 얼마나 다치게 했는지를 차분히 풀어 놓는다. 이래서 시작된 농성자들의 자기 내역 이야기는 간혹 여기저기서 터지는 고함소리 화염병 불빛 등으로 중단되기도 하지만 무대에 나온 배우 모두가 돌아가며 술회한다. 최고령 농성자가 마지막으로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음을 내비치며 망루 밖을 내다 보고 있는 위원장의 등을 애처롭게 바라다 보는데 갑자기 굉음과 함께 콘테이너가 망루를 치고 불길이 치솟아 뜨거움이 얼굴을 덮친다. 정신을 차려 어디로 피해 보려 하지만 사방이 불바다로 변해 있다. 불꽃 너머로 위원장이 이쪽으로 올려고 이리저리 날 뛰는 것이 보이는데 더 견딜 수 없는 몸이 먼저 바닥으로 엎어지고 만다. 겨우 고개를 들어 불꽃 너머로 누군가 망루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눈을 감는다.
(이 극은 콘테이너가 떨어지고 불이나고 노인이 눈을 감고 한 사람이 아래로 떨어져 가는 순간 순간에도 계속 타오르는 불꽃의 조명효과가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불꽃의 조명은 한참 동안 관객을 좌석에 붙들어 둘 만큼 밝고 화려하다)
장면 5
전체 무대를 사용한다. 배경은 철거 중인 사업장
추운 겨울의 철거공사 현장 분위기와 중음신들이 하나씩 모습을 나타내는 한밤중의 분위기를 무대와 전 극장에 조명으로 연출한다. 중음신들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망루의 마지막 장면을 조용히 얘기하는 가운데 젊은 특공대의 후회와 원망이 무대를 채우면서 출연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시작된다.
장면 5는 이 드라마와 유사하게 실제로 벌어졌던 용산의 사건 개요가 밝혀진 후 후일담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즉 중음신들끼리 모여 사건을 복기하도록 하면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재구성하는 형태로 전개해 나가다가 어떤 계기나 결정이 용산(1)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막았는지 알아보고 막힌 대목마다 그 계기나 결정의 방향을 바꾸어보는 방법으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그래서 희생 당한 중음신들이 모두 화해하고 극락왕생하는 용산(3)으로 가는 징검다리이다.